수출 中企들 주영섭 중기청장과 간담회서 각종 피해 사례 토로
- ▲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이 9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대중국 수출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기업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기청
"금한, 혐한은 풀수 있겠지만 이번 사드 문제로 중국에서 한류가 아예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오랜기간 중국에서 쌓아올린 한류가 자칫 복구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클러어스코리아 이현구 대표)
"수출 초기엔 중국 파트너가 반드시 한국산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그런데 사드 문제가 불거지면서는 오히려 (일부 제품은)중국산이어서 다행이라는 분위기다."(유니스전자 이한조 대표)
"위챗 등 중국 현지에서 사용하고 있는 SNS에서 화장품 등 한국 제품에 대한 폄하 움직임 등을 현지 바이어가 상당히 걱정하고 있다. 앞으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서울화장품 한정수 대표)
3월 9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 15층 센트럴파크. 주영섭 중소기업청장과 중국에 부품소재, 소비재 등을 수출하는 중소기업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 수출 기업은 최근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한 경제 보복으로 수출에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던 차였다. 실제 이날 기업들이 토로한 중국의 경제 제재에 따른 악영향은 상당히 심각했다.
음반이나 포토북 등 한류 상품을 중국에 수출하는 HM인터내셔널. 이 회사는 지난해의 경우 전체 매출의 95%를 해외서 거뒀다. 이 가운데 중국이 75%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상당하다. 하지만 사드에 따른 한한령으로 인해 오프라인 팬사인회 등 행사를 치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HM인터내셔널은 알리바바가 운영하고 있는 티몰에서 팔던 한류 상품 약 2억원 어치가 우리의 세관과 같은 중국 해관총서로부터 압류까지 당한 상태다.
이 회사 정경호 본부장은 "압류당한 음반 등 5521개 제품이 2억원 정도지만 직간접적인 매출 감소는 이보다 훨씬 크다. 티몰 운영자인 알리바바쪽도 상당히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티몰과 거래를 끊을 수도 없는 상황이고, 보다 다양한 쇼핑몰을 활용해서 다변화하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오렌지피플의 경우엔 중국 현지에서 허가제품이 훼손을 당하거나 아예 통관을 거부하면서 상당한 제품을 반품하거나 폐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등 일부 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중국 수출 중소기업들은 인증 등을 통해 수출에 발목이 잡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유니스전자 이한조 대표는 "당장 중국 총판이 제품 인증에 문제가 없느냐고 우리측에 문의하더라. 당초부터 원칙이 없었던 제품 인증이 더 오래 걸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개별 기업 입장에선 인증 등에 대한 중국측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대응하기 위해 미리 준비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하이에 법인을 만들어 유아용품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마더케이도 마찬가지. 이 회사 김민정 대표는 "당장 직간접적으로 체감하는 것은 많지 않다. 하지만 당초부터 기준이 혼란스러웠던 인증 문제가 이번 사드 사태로 인해 '문제의 씨'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내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참석할 예정인 일부 기업의 경우엔 주최측으로부터 '전시 참여 제품은 미리 허가받은 것만 허용한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시장 확대 등을 모색했던 기업들도 당장 계획을 수정해야 할 판이다.
5~6년전부터 중국에 진출한 교육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로보. 이 회사는 지난해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이 국내보다 더 많았다. 중국시장 성장세도 당분간 계속되나 싶었다. 하지만 사드로 복병을 만났다.
로보로보 장창남 대표는 "당장 이번주에 직원들과 중국 출장 계획이 있었는데 현지 파트너가 '최소 규모로 방문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여러가지 (좋지 않은)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창 성장하던 중국에서 사업을 더 확대해야 할지, 신규 상품을 추가로 더 내놓아야 할지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중기청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의 중국 수출 비중은 23%로 미국(12.4%), 유럽연합(8.7%), 일본(8.3%) 등에 비해 상당한 수준이다.
주영섭 청장은 "부품 소재 등 중간·자본재가 85% 가량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구조로 볼 때 앞으로도 상호이익적인 교역관계는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정부 차원에서 수출업계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애로 발생시엔 신속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주 청장은 수출 애로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측 방문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중기청은 당초 750억원이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1250억원으로 늘려 피해를 겪고 있는 기업들에게 도움을 줄 계획이다. 특히 관련 자금 신청 요건에 이번 사드 제재로 불거진 '보호무역 피해기업'도 추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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