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자신 있게 'OB(Out of Bounds·공이 코스 밖으로 벗어남)가 아니다'라고 먼저 소리 지르면 아닌 게 된다. 공기관이나 금융기관의 인사도 '공정했다'고 주장하면 겉으로 표가 안 난다. 연구소 등 단기 경험을 내세워 자칭 타칭 전문가라고 말하는 것이다."
집권 1년여를 남긴 박근혜정부의 개국 공신들과 이른바 '서금회, 친박'들의 현주소는 어떨까.
한마디로 권력무상(勸力無常) 수준이다. 출범부터 '서강대금융인회'(서금회), '서강바른금융인포럼' 인사라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고, 후반기에 접어 들면서 '최순실 게이트' 등에 휘말리면서 이들은 무대의 뒤편으로 쓸쓸하게 사라지고 있다.
서강대 출신 박근혜 대통령이 18대 대통령에서 당선되자 금융계에서는 서강대 인맥이 주목 받았다. '서금회' '서강바른금융인포럼' 출신들이다. 금융공기업과 오너십이 뚜렷하지 않은 금융사의 인사는 정권에 따라 특정 지역이나 학교 출신이 약진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MB정권 때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강부자(강남 땅부자)', 'S라인(서울시 라인)' 인사들이 권력의 요직을 차지했다. 노무현 정권 때는 부산상고 출신이, 현 정권에서는 고려대 출신이 중용됐다.
'최순실 게이트' 불똥에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연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은행 안팎에서는 그가 민영화작업이 마무리되는 오는 2017년 3월까지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한다. 이 행장은 민영화 성공과 눈에 띄는 실적을 담보로 연임에 도전할 개연성도 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서금회' 출신이 오히려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는 내부 평가다.
CEO자리에 외부 영입도 여의치 않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이 거론되지만 최근 불거진 정국 혼란이 걸림돌이다.
'30년 대우맨' 홍성국 미래에셋대우 사장도 최근 자리를 내려놨다. 홍 사장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82학번이다. 그는 사장 선임 때 뒷말이 무성했다. 대우증권이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자회사여서 청와대 등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설이 나돌았다. 특히 당시 산은 지주를 이끌던 홍기택 회장이 인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서금회 등에서 활동 중인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덕훈 행장의 경우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태를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 행장은 2014년 취임 당시 "낙하산 인사가 무슨 죄냐", "박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말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취임 뒤에도 박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일한 공명재 전 계명대 교수가 감사 자리에 앉자 "은행장을 친박 인사로 임명한 것도 모자라 은행 업무를 감시해야 하는 자리까지 친박 인사를 임명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한국수출입은행이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 대통령', 박정희 전 대통령을 '혁명군'으로 미화한 내용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발주한 것으로 밝혀져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1억8600만원의 용역 비용이 들어간 이 연구는 박근혜 대통령 모교인 서강대가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강학파'의 경영 성적은 평균 이하로 평가된다. 민유성·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대표적이다.
또 우리 정부가 4조3000억원을 부담하고 확보한 AIIB(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부총재 자리도 빼았겼다. 그는 AIIB 부총재로 근무하면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우조선 사태의 책임을 정부에 돌리거나, 휴직계를 내고 잠적한 뒤 AIIB 총회에 불참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물의를 빚었다.
민유성 전 회장은 서강대 금융인맥 중 가장 유명한 금융계 인사로 꼽힌다. 민 회장은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 대표를 하다 현 정부 들어 KDB산업은행장을 거쳐 KDB산은금융그룹 회장까지 역임했다.
민 전 회장은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에도 관여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편에 서서 형제간 싸움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으로 일했던 조인근 한국증권금융 상근 감사위원도 서강대 출신이다.
광주제일고와 서강대 국문과를 나온 조 감사는 2004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부터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3년5개월간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내다가 지난 7월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임한 뒤 한국증권금융의 상근감사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 정권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을 사전 열람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경제 금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주열 "美 대선 따른 시장안정화 대책 철저히 준비해야" (0) | 2016.11.08 |
---|---|
[금융꿀팁] 카드 1만개 시대…"본인 지출 감안해 카드 선택해야" (0) | 2016.11.08 |
매년 77만개 생기고 65만개 문닫아…대한민국은 소상공인 '천국' (0) | 2016.11.03 |
삼성자산운용, 중국 베이징에 독자 자문사 설립 (0) | 2016.11.01 |
9월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 일제히 상승…주담대 연 2.80%·집단대출 연 2.90% (0) | 2016.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