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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송병형의 딴생각] 이런 작심삼일은 되레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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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이 되자 '작심삼일(作心三日)'인 줄 알면서도 어김없이 새해 결심을 하게 된다. "절대 ○○만은 하지말자"라거나 "반드시 ○○만은 해내자"와 같은 결심들이다. 한참 결심을 다지고 있는데 우연히 어느 심리학자의 글을 읽게 됐다. '배운게 도둑질'이라더니 심리학 전공자의 버릇이 또 도졌다. 과학적 연구가 뒷받침한다고 하니 구구절절이 맞는 말처럼 들린다. 특히나 마음 속을 들여다 본 듯한 충고가 폐부를 찌른다. 차라리 하지 않으니만 못한 결심을 했다는 지적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사회심리학자인 에이미 커디에 따르면 사람들은 새해가 가까워지면 지키기 힘든 결심들을 하는데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 불안감과 자기 비하의 감정에 휩싸인다고 한다. 그 결과 자신의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고 하니 새해 결심이 오히려 독이 되는 셈이다. 커디는 독으로 작용하는 새해 결심에 대해 4가지를 꼽았다.

우선 "반드시 ○○만은 해내자"라는 식의 절대 목표를 정하는 일이다. 이런 식의 결심은 하는 순간 바로 실패를 예약하는 것이라고 한다. 가령 "새해에는 일주일에 반드시 세 번 헬스크럽에서 운동을 하겠다"라는 결심을 했다고 하자. 연초에야 회사 출근하듯이 빼먹지 않겠지만, 살다보면 감기몸살에 몸져 누울 수도 있고 가족과 직장 때문에 불가피하게 운동을 걸러야 할 때가 온다. 애초에 지키지 못할 결심이다. 

다음으로 "절대 ○○만은 하지말자"라는 결심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서 결점을 발견하면 고치고 싶어하고 새해 결심의 단골 메뉴로 삼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런 식의 결심은 부정적인 감정을 부르게 되고, 이는 동기부여에 되레 해롭다는 것이다. 이보다는 긍정적인 결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령 "새해에는 절대패스트푸드 음식을 먹지 않겠다"라는 결심보다는 "보다 건강한 식생활을 할거야"라는 결심이 낫다는 설명이다. 

세 번째는 과정이 아닌 목표에 집착한 결심이다. 이는 자신을 내내 패배자로 느끼게 만든다고 한다. 매일 5km를 뛰기로 결심했다면 뛸 때마다 얼마나 뛰었는지만 살피게 된다. 현재 자신이 뛴 거리와 목표로 정한 거리를 매 순간 비교하는 자체가 패배자의 감정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과정 자체를 충실히 소화하지 않고 목표한 거리를 채우기에만 급급하다보면 요령을 부리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노력만으로 이룰 수 없는 목표를 결심하는 일이다. 직장인들의 경우 "새해에는 반드시 승진하겠다"라는 결심을 하는 게 여기에 해당한다. 승진을 위해서 본인은 열심히 일하겠지만 어디 그것만으로 될 일인가. 경영자의 마음이 어떤 지를 알 수 없고, 회사에서 원하는 바가 본인의 생각과 다를 수도 있다. 애초 목표 자체가 외부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되니 성사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차라리 여러 단계의 작은 목표를 세워 하나하나 이뤄나가는 게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4가지 모두 내게 해당되는 충고라 올해 새해 결심은 지난해와는 크게 달라졌다. 새해 결심에서 목표치는 모두 빠지고, '반드시'와 '절대'라는 말도 모두 빠졌다. 한데 생각해보니 다른 이들에게 과연 도움이 될까 싶다. 'N포세대'라는 말이 유행하는 한국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새해에는 반드시 취업하고 말겠다"라거나 "반드시 결혼하겠다"라는 결심을 할 것인가. 이들에게 '반드시'라는 말을 빼라고 하기엔 사정이 너무 절박하지 않은가. 결국 한국의 청년들에게는 심리적 안정도 사치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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