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홍경민(38)은 언제부터인가 창작
뮤지컬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수 년째 뮤지컬 배우로 활약 중인 그는 올해만 무려 세 편의 창작극 주인공을 맡았다. 26일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미스터 온조'에서는 온조 역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 대하사극 분위기
아니다
극중 천명의 열쇠를 지닌 여인 달꽃무리(박소연·박세미)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나누고 백제 건국에 나서는 고구려 주몽의 셋째
아들인 온조 역을 연기한다. "대하사극 같은 분위기는 아니에요. 우리 뮤지컬에서 강조하고 싶은 건 건국의 비장함이나 치열함이 아니라 포용하고
감싸안을 줄 아는 온조의 인간적인 면이죠. 유쾌한 평소 제 성격과는 다른 차분하고 무게감있는 모습을 보여드릴 겁니다."
배역을
번갈아 연기할 김민철·민후에 비해 뒤늦게 투입됐지만, 순조롭게 연습을 진행 중이다. 2년 전 '원효'를 통해 사극 창작 뮤지컬 경험을 쌓은데다
소문난 '연예계 마당발'답게 합류하자마자 자주 회식을 주도해 어색함을 없앴다. "뮤지컬은 몇십명이 함께하는 작품이잖아요. 가수일 때는 저 혼자
책임지면 그만이지만 뮤지컬은 그렇지 않으니 다들 한 마음으로 움직여야 하죠."
# 14세 차와 사랑연기 걱정
없어
두 명의 달꽃무리 중 쥬얼리의 박세미와는 무려 열 네 살이나 차이가 난다. 그러나 애절한 사랑 연기를 하는데 있어 부담이나
걱정은 없다.
"만약 실제로 사귄다면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어색하겠죠. 하지만 극이라 어색하진 않아요. 또 화면이 아니라 관객과
거리가 있는 무대에서 하기 때문에 나이 차가 많이 나 보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세미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하하하."
원년 쥬얼리 멤버인 박정아나 서인영과는 오래 전부터 알아서 친한데, 박세미는 데뷔한 지 얼마되지 않아 이번에야 친해질
기회가 생겼다고 했다.
오히려 남자배우들과 더 빠르게 친해졌다. "여배우들이 없을 때 서로 상대역을 해주곤 한다. 로맨스 연기를
펼칠 때는 좀 오글거린다"면서 웃었다.
# '불후의 명곡' 고향같은
느낌
당분간 뮤지컬에 매진하기 위해 KBS2 '불후의 명곡' 출연도 최근 잠시 중단했다. "경쟁 구도지만 승패를 떠나 마음껏 즐겼던
무대였어요. 또 문명진이나 유미 등 실력있는 가수들의 재발견을 보는 것도 큰 기쁨이었죠. 몇 년을 했더니 고향같은 느낌이라 다시 기회가 오면
돌아갈 겁니다."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배운 것도 많다. 송창식의 '내나라 내겨레'를 불렀을 때 이민 간지 30년이 됐지만 한국
국적을 고집하고 있다는 미국 교포에게 고맙다는 편지를 받고 나서 가수로서 임하는 마음가짐에 변화가 생겼다.
그저 방송을 했을
뿐인데 누군가에게는 큰 의미가 됐을 수도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면서 "보람을 느꼈고, 책임감이 커졌다"고
흐뭇해했다.
# 일에 빠져 여름휴가 못 가 봐
9월부터는 '사랑해 톤즈' 무대에 오른다. '남자가 사랑할
때' '미스터 온조'에 이어 올해 세 번째 뮤지컬인데, 필모그래피가 쌓이다보니 흥미로운 기록들도 생겼다.
"이러다 조만간 종교계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겠어요. '원효'에선 원효 스님을 연기했고, 이번엔 이태석 신부님을 맡으니 다음엔 목사만 남았네요.
하하하."
이 말을 하면서 "창작 뮤지컬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작품이라 자식같은 애착이 있다. 5~10년이 지나 명품 뮤지컬로
자리를 잡는다면 내가 초연배우라는 뿌듯함이 클 것 같다"고 창작극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일에 빠져 결혼과 휴가도 뒷전이다.
"여름 휴가는 가본 적 없어요. 연예인들 중엔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지금까지 꾸준히 일할 수 있다는 건 제 복이라고 생각해요.
결혼은 좋은 분이 있으면 진작 했겠죠. 내후년에 마흔 살이라 집에서 슬슬 짝을 찾으라는 압박이 들어오네요. 하하하."
/탁진현기자
tak0427@metroseoul.co.kr·사진/서보형(라운드테이블)·디자인/김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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