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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3D '미스터 고'의 김용화 감독 "'재미 홈런' 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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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화 감독(42)이 또 한 번 일을 저질렀다. 전작인 '미녀는 괴로워'의 특수분장, '국가대표'의 스키점프는 도약에 불과했다. 17일 공개한 영화 '미스터 고'에서 보여준 시각효과는 업계를 독점해 온 할리우드 기술진의 감탄을 자아냈다. 인생을 걸고 이번 작품에 뛰어들었다는 그는 K-무비의 기적을 만들어가겠다고 자신했다.



◆ CG 예산·인원 할리우드 10분의 1 수준

'미스터 고'의 원작은 허영만 화백의 만화 '제7구단'이다. 20여 년 전 펜으로 그려졌던 고릴라가 종이에서 걸어나와 스크린을 활보하는 3D 입체 영상으로 구현될 것이라고 했을 때 실현 가능성을 낙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심지어 김 감독조차 터무니 없는 기획이라며 수 차례 제작 제의를 거절했다.

"당시 국내 기술로는 불가능이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투자사(쇼박스㈜미디어플렉스)에서 다시 의뢰를 받은 뒤에는 무모하게 '도전해 볼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가대표'를 끝낸 뒤에 내가 잘 하는 것만 하는 게 옳은 일일까도 고민했고요. 타성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어 겁 없이 덤벼들었죠."

80만 개의 털로 둘러싸인 고릴라를 100%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 내야했지만, 퍼(털) 제작 기술을 보유한 곳은 할리우드의 ILM·픽사·웨타 스튜디오 세 곳뿐이었다. 작업을 의뢰하기엔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다. 사재를 털어 전문 스튜디오(덱스터 스튜디오)를 차렸고 국내 최고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할리우드의 10분의 1 수준의 예산(120억원)과 인원(180명)으로 결국 해냈다.

"4년이 걸렸지만 '미스터 고'가 극장에 걸렸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물론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죠. 영화 후반부에 두 고릴라가 그라운드 위에서 싸우는 장면을 놓고는 1년 내내 고민하고 작업했어요. 수도 없는 밤샘 작업을 끝낸 우리 스태프들은 지금은 허탈해할 정도죠. 90% 이상 만족합니다."

한국의 무모한 도전을 무시하던 할리우드 업체들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20일 미국 애너하임에서 개최되는 VFX(시각효과) 학술대회 '디지프로'에 픽사·디즈니·드림웍스·웨타 등 할리우드 유명 스튜디오를 제치고 '미스터 고'의 기술 논문이 컨퍼런스 대표작품으로 선정됐다.

"우리 기술에 합격점을 줬다는 의미라 뿌듯합니다. 컴퓨터그래픽 기술의 최고 수준인 실사와 크리처의 결합을 해냈으니 앞으로는 어떤 작업이든 자신이 있습니다."



◆ 전작 '국가대표' 850만 기록 깨길

이미 덱스터 스튜디오의 작업 라인업에는 한국판 '캐리비안의 해적'으로 불리는 영화 '해적', 서극 감독의 '적인걸 프리퀄' '임해설원', 원화평 감독의 '촉산' 리메이크 등 국내외 대형 작품이 줄을 서 있다.

개봉 전부터 시사회 티켓 구하기 경쟁이 벌어졌을 만큼 화제를 모은 이 영화가 국내 흥행 기록을 갈아치울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가대표'가 850만이었으니까 851만 명만 들었으면 좋겠어요. 다른 욕심은 없고 전작만 넘었으면 해요. 그것보다 정말 재미있는 영화라는 평가를 원해요. 좀 더 나가서는 K-무비의 신드롬을 일으켜서 한국영화계나 관련 산업이 한 단계 올라서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꿈의 스튜디오'를 설립한 제작사 대표이지만 앞으로의 목표는 변함없이 연출에 집중하는 것이다. "제가 잘해야 되는 것도 잘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다른 일을 하겠어요. 회사 일은 전문가들이 해야죠. 차기작은 '미스터 고' 속편이 될 수도 있고 저를 소름 돋게하는 작품이 될 거예요. '미스터 고'처럼 새로운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영화를 기다립니다."/유순호기자 suno@metroseoul.co.kr·사진/황정아(라운드테이블)·디자인/원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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