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병곤 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홍보하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입간판 옆에 섰다./조성준기자 |
문병곤('세이프' - 한국영화의 오늘)
칸 국제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은 될 성 부른 떡잎들의 '요람'이자 '등용문'이다. 66회째를 맞이한 올해 한국영화는 단 한 편도 초대받지 않아 다소 자존심을 구겼지만, 단편 경쟁 부문 황금종려상을 '세이프'가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프랑스 칸의 해변에서 연출자인 문병곤(30) 감독을 메트로신문이 단독으로 만났다.
▶ 단 4명이 나흘 만에 촬영
13분 분량의 이 영화는 불법 사행성 게임장 환전소 여직원과 도박에 중독된 사내의 잦은 만남을 통해 현대인의 우울한 자화상을 은유한다.
거대 자본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여느 단편영화가 그렇듯 '세이프' 역시 우여곡절끝에 태어났다. 문 감독은 신영균영화재단의 단편영화 지원 프로젝트에 당선되면서 받은 상금 500만원을 종잣돈 삼아 제작에 착수했고, 지난해 9월 여자친구와 촬영·조명 감독 단 네 명으로 건물 지하 주차장을 빌려 나흘만에 촬영을 마쳤다.
▶ 불법 게임장 환전소 배경
몇 년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보면서 제대로 된 노동 없이 거액을 벌고 잃는다는 게 얼마나 허망하고 무서운지 간접적으로나마 실감했다. 이같은 관심은 작품으로 이어져 '잘못된 욕망'의 집합소인 게임장 환전소를 배경삼아 줄거리를 구상하기에 이르렀다.
문 감독은 "자기만의 사업을 꿈꾸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샐러리맨 친구들을 보면서 '인생의 아이러니'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며 "이번 작품도 '한방'에 매달리는 요즘 금융 자본주의의 먹이사슬과 폐해를, 잘은 모르지만 알기 쉽게 나 만의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 소규모 액션물 연출 꿈
칸의 러브콜은 2년전 '불멸의 사나이'로 비평가주간에 진출하고 올해가 두 번째다. 지난해 졸업 이후 호구지책으로 몇몇 대기업 계열 영화 투자·배급사에서 잡무 처리용 인턴 사원으로 일했던 그에게 전업 감독으로 살아야 겠다는 용기를 안겨준 계기였다.
이제 목표는 당연히 장편 상업영화 감독으로 제도권에 진입하는 것이다. 누구는 칸의 후광이 있으니 데뷔는 시간문제라고 말하지만, 정작 문 감독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로 업계 관계자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 뿐이다.
기회가 된다면 니컬러스 윈딩 레픈 감독의 '드라이브'처럼 자기 색깔이 분명한 소규모 액션물을 연출하고 싶다. 액션을 도구로, 진한 여운을 선사할 수 있는 이야기에 매달리려 한다.
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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