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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뉴스룸에서]코스트코에서 배운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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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국명 경제산업부장

"죄송하지만 아직 기업을 공개할 때가 아닌 듯합니다."

구직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중견·중소기업을 취재하는 '알짜기업탐방' 코너 섭외 전화를 이렇게 거절하는 기업이 간혹 있다. 제품·서비스 현황, 매출 등 일반적인 기업 소개는 가능하지만 복지제도 등을 취재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설명이다.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제도가 많이 알려지면 좋지 않으냐"고 다그치면 그제야 "과도한 복지라고 생각하는 주주들이 항의하기 때문"이라고 속내를 드러낸다.

최근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가 미국 비즈니스 업계에서 화제다. 페이스북·어도비 등 쟁쟁한 첨단 IT기업들을 제치고 구직정보업체 글래스도어가 선정한 '미국 내 직원 보수·복지 톱 25개사' 중에서 당당히 2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구글(1위)과도 평점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다.

글래스도어의 조사에서 코스트코의 직원들이 올린 회사 평가는 칭찬 일색이다.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마트 잡역부로 시작해 코스트코를 창업한 짐 시네갈 전 CEO의 경영철학인 '주주보다 직원 우선'에 따라 직원에게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코스트코 매장 계산대 직원의 시급은 평균 20달러(약 2만300원)로 월마트 등 경쟁사보다 두배 가까이 많다. 또 월마트가 직원의 절반 정도에게만 건강보험료를 보조해주는 반면 코스트코는 대부분의 직원을 지원해준다. 시간제의 경우에도 이직률이 10% 미만일 정도로 직원들의 애사심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코스트코가 이처럼 직원들의 복지에 돈을 '펑펑(?)' 썼는데도 경쟁사인 월마트보다 주가 상승률이 훨씬 높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코스트코의 주가는 3배 이상 뛰었지만 월마트는 50% 성장에 그쳤다. 이 덕분에 코스트코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유통기업'으로 불리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복지=비용' '고임금=비효율'이란 인식이 아직 강하다. '저비용 고효율'을 절대과제처럼 받들며 직원들의 행복을 희생시키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코스트코처럼 '고비용 고효율'로 발상의 전환을 해보면 어떨까. 직원 행복도가 현명한 투자지표가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 주주가 늘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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