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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

반도체만으로 연명하다가…도시바 몰락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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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20일 일본 도쿄의 한 도시바 매장에서 고객들이 에어콘을 둘러보고 있다. 수년 간에 걸친 회계부정 조작이 들통나 위기에 처한 도시바는 21일 전직원의 3%에 달하는 약 6800명에 대한 정리해고 방침을 발표하면서 내년 1분기에만 약 5500억엔(약 5조3368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일본 첨단산업의 상징이던 도시바의 몰락을 남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위기에 대한 늑장대응으로 화를 자초한 점, 거대한 몸집이 날로 부실해지는데도 수익이 나는 반도체 사업에 의지해 연명하다 결국 몰락하게 된 점은 한국에게도 큰 교훈이기 때문이다.

2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도시바는 올해 전자부문에서 약 15%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의료사업기기부문에서는 영업이익이 8%에 못미쳤고, 에너지(원전)부문에서는 영업이익을 거의 내지 못했다. 도시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생활가전제품부문은 처참했다. 영업손실이 거의 20%에 달했다. 지난해보다 못한 결과였다. 지난해는 전자부문에서 18%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렸고, 의료사업기기부문에서도 10%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생활가전부문의 영업손실도 10% 미만이었다. 

전자부문의 영업이익은 거의 전부가 반도체부문에서 나온 것이다. 사실상 도시바를 지탱한 것은 반도체 하나였던 셈이다. 

도시바는 과거 PC, DVD플레이어, TV 등 전자제품시장을 선도했다. 하지만 시장의 상황이 바뀌는데도 과거 영광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삼성전자와 중국의 경쟁업체들에게 일본 업체들이 밀려나는 상황에서 안이하게 대처했다. 파나소닉 등 다른 일본 업체들은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 해외로 공장을 이전했지만 도시바는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는 반도체에서 나오는 수익에 의존하며 생명을 이어갔다. 

도시바의 반도체는 여전히 세계시장의 강자다. 지난 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에 1조6800억 엔의 수입을 올렸다. 전세계 반도체 톱10 중 하나이고, 플래시 메모리 시장의 주역 중 하나다. 하지만 생활가전부문에서의 부진을 감당하기 벅찼다. 같은 회계연도에 생활가전부문의 영업손실은 1100억 엔에 달했다. 

올해 도시바의 몰락을 가져온 회계부정 사건도 이 같은 왜곡된 회사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경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경영권을 둘러싼 성과 경쟁은 결국 회계조작으로 이어졌다. 도시바 몰락의 뿌리에 안이한 위기대응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도시바는 2015 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에 5500억 엔의 적자를 낼 전망이다. 천문학적인 적자의 결과는 도시바의 해체가 될 전망이다. 도시바는 인도네시아의 TV공장을 내년 3월까지 중국 기업에 매각할 계획이다. PC 부문도 본사에서 분리한다. 후지쓰나 VAIO와의 통합설이 돌고 있다. 백색 가전은 샤프와 통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사업기기 부문도 매각한다는 소식이다.

남는 것은 반도체와 에너지 부문이다. 이 분야라고 전망이 밝지는 않다. 반도체는 우리나라와 미국, 대만에 더해 중국이 과감한 투자를 통해 경쟁자로 부상할 전망이고, 원전 역시 저유가와 친환경에너지의 대두로 미래가 어둡다.

전날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등급 평가는 도시바의 암울한 미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무디스는 도시바의 신용 등급을 'Baa3'에서 투기 등급인 'Ba2'로 내렸다. S&P도 'BBB-'에서 투기 등급인 'BB+'로 낮추었다.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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