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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사장님, 캐롤 맘껏 트세요" 시민 80% 저작권 문제 없는 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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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를 나흘 앞둔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연합뉴스

#차영아(33·여)씨는 예년에 비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지 못한다. 거리에서 캐롤이 들리지 않아서다. 차 씨는 "캐롤은 연말과 계절을 알려주는 역할을 해왔는데 들리지 않는다"며 "앞으로 가게들이 캐롤을 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정원(32)씨도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환상 같은 것이 있는데, 요즘은 그런 것을 느끼게 해 줄 캐롤이 들리지 않는다"며 "성탄절이 다가오는데도 이전보다 들뜨고 신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시국이 암울한만큼 거리에서 성탄절 분위기라도 제대로 느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캐롤 없는 거리'가 올 연말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시민들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설문 조사로 드러났다. 지난해부터 저작권료 걱정 없이 가게에서 캐롤을 틀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 /PMI

◆캐롤 없는 성탄절 

온라인 조사업체 PMI가 20~50대 남녀 2000명에게 '캐롤 없는 크리스마스'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60.9%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응답자들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14.4%), '마음에 들지 않는다(13.0%)', '어색하고 허전하다(12.3%)' 순으로 답했다. 이런 의견은 여성(64.3%)과 20대(66.4%)가 가장 많이 냈다. 

'조용해서 좋다', '현재의 사회적 상황과 어울린다' 등 긍정적인 인식은 35.8%였다. 

이번 설문은 지난 13일 복수응답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 범위 ±1.39%다. 

"캐롤 없는 거리가 나쁘지 않다"는 이동현(28) 씨는 "시청과 청계천, 가로수길에서 들리는 노래는 캐롤이 아닌 최신 가요 뿐"이라면서도 "사람들이 모바일로 캐롤을 많이 들어 허전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씨는 또 "국내 가요중에도 캐롤이 많으니 외국곡을 못 듣는다고 해서 분위기를 못 느낄 정도는 아닌 것 같다"라고 했다. 

PMI 조사 결과를 보면, 크리스마스 캐롤 저작권에 대한 오해가 여전하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설문 응답자의 79.6%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캐롤을 마음껏 틀어도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음악실연자협회와 음반산업협회가 현대백화점을 상대로 낸 저작권 사용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현대백화점은 매장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튼 대가로 공연 보상금 2억3000여만원을 지급해야 했다.

관련 보도가 이어지면서, 캐럴은 거리에서 듣기 힘들어졌다. 자칫 잘못하면 저작권료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 /PMI

◆정부가 홍보 해줘요 

수원시에 호프집을 연 김대휘(30)씨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유료 가입해 가게에서 캐롤을 틀고 있다"며 "문을 닫고 실내에만 재생하는데다 단속도 뜸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주시에서 음식점과 화장품가게 등을 운영하는 박지호(30)씨도 "올리브 영 같은 프랜차이즈는 유료 자동 재생 프로그램이 캐롤을 틀고 있다"며 "일반 자영업자는 보통 유튜브나 각종 모바일 재생 프로그램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사업자 모두 자신이 운영하는 영업점은 저작권료 없이 캐롤을 틀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저작권법 제29조에 따르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3000㎡ 규모를 넘지 않는 소규모 매장은 저작권료 걱정 없이 캐롤을 틀 수 있다. 기존에 저작권료를 성실히 납부해온 대형 백화점과 쇼핑센터, 대형마트, 특급호텔 등도 추가 저작권료를 납부할 필요가 없다. 

박 씨는 "3000㎡는 일반 자영업자에 해당이 안 된다"며 "정부에서 홍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에 관련 내용을 알린만큼 따로 업자들을 상대로 홍보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연말 캐롤 저작권료 징수를 우려하는 여론이 일자,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한국음악저작권협회·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한국음반산업협회 등과 관련 홍보에 나섰다.

문체부 관계자는 "당시 캐롤은 기존 저작권곡과 별개의 (저작권료)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알렸다"며 "오해를 풀기 위해 언론 보도자료 등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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