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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삼성 "승마지원은 최순실의 농락...대통령 권력 무시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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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이름을 내세워 삼승에게 최씨의 딸 정유라의 지원을 요구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박씨는 최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와 함께 삼성측은 "최씨가 저희를 농락했다"며 억울함을 표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뇌물죄'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황 전 전무는 지난 2015년 7월 말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이 독일에서 박원오씨를 만난 후 말한 내용을 특검에 진술했었다.

황 전 전무는 "박 사장이 독일에서 박원오를 만나고 왔다면서 최순실이라는 사람에 대해 말해줬다. 박씨는 최씨가 VIP와 친자매보다 더 친한 사람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고 한다"고 진술했다.

당시 박씨는 박 전 사장에게 "최근 문체부 국장이 날아간 일이 있는데 최씨가 힘써서 그렇게 됐다. 최씨가 정말 아끼는 딸이 마장마술 선수인데, 그 딸을 포함해서 2020년 올림픽을 대비한 독일 전지훈련을 삼성에서 도와줘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전 전무는 '삼성의 승마지원이 정유라 때문에 시작된 것이 맞다'고 인정하며 "최씨라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과 체결된 계약이고, 더구나 대통령이 도와주라고 한 건데 괜히 최씨에게 잘못 보이면 도와주고도 욕먹는 꼴"이라고 말했다.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은 삼성의 승마지원을 두고 "최씨가 저희를 농락했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날 특검팀이 공개한 장 전 사장의 진술서에 따르면 장 전 사장은 "최씨가 더 많은 돈을 지원받으려고 허위로 (승마 선수) 6명을 지원해 달라고 하면서 거액의 계약을 체결한 다음 운영 과정에서 선수 선발을 하지 않으면서 용역 대금 등을 계약대로 받아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진술했다.

그는 또 "솔직히 정유라 지원이 아니었으면 삼성에서 독일 승마 훈련 프로그램을 시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최씨가 저희를 이용해 정유라 지원을 위장하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의 농락이 있음을 알고도 요청을 들어준 이유에 대해선 "대통령께서 크게 화를 내서 바짝 얼어 있었기 때문에 최씨가 해 달라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대가성 뇌물이 아닌 대통령의 압력에 못 이겨 강제 지원을 했다는 취지다.

장 전 사장은 "그런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당시 삼성이 최씨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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