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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

[시승기]쉐보레의 재발견, 말리부 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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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비자들이 중형차를 고를 때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승차감과 안락성이다. 이런 이유로 국산 디젤차는 그동안 수요가 크지 않았고, 기술적으로 앞서 있는 유럽산 디젤차가 주목을 받아왔다.

한국GM이 이번에 선보인 쉐보레 말리부 디젤은 그런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모델이다. 기존 가솔린 모델과 가장 큰 차이점은 파워트레인이다. 독일 오펠의 카이저슬라우테른(Kaiserslautern) 파워트레인 공장에서 생산되는 엔진은 최고출력이 156마력이다. 폭스바겐 파사트 TDI보다는 높고, BMW 320d·520d와 메르세데스 벤츠 C220·E220 CDI, 폭스바겐 CC TDI보다는 낮은 출력이다. 최대토크는 1750~2500rpm 사이에서 35.8kg·m가 발휘된다.

한국GM은 여기에 아이신의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기존에 국내에서 생산되던 변속기 대신 아이신의 변속기를 채택한 것에 대해 한국GM 파워트레인 담당 박병완 부사장은 "오펠의 디젤 엔진과 더 잘 맞았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설명한다.

공회전 상태의 진동과 소음은 기대 이상이다. 스티어링 휠로 전해지는 진동이 거의 없어서 가솔린 모델과 구분이 안 갈 정도다. 출발도 가뿐하다. 디젤 모델은 보통 초기 가속이 굼뜨기 마련인데, 이 역시 의외다.

아이신 변속기는 엔진과의 궁합이 착착 맞는다. 엔진 회전수를 올리면서 속도를 높일 때의 연결이 매우 부드럽다. 말리부가 처음 나왔을 때 한 박자 느린 변속이 지적된 것에 비하면 놀라운 차이다. 가속페달을 70% 정도까지 밟으면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고, 풀 가속을 시도할 때만 약간의 소음이 들리는 정도다.

수동 변속 기능도 적절한 시점에서 반응한다. 문제는 변속기의 조작성이다. D(드라이브) 모드에서 M(매뉴얼) 모드로 바꾼 후 토글 스위치를 이용해 수동변속 모드를 쓸 수 있는데, 이 점이 불편하다. M 모드로 바꿀 경우 변속기의 위치가 운전자의 몸 뒤쪽에 자리하게 되고, 이 상태에서 변속기 위에 달린 스위치를 손가락으로 조작해야 변속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탓이다. 토클 스위치는 밋밋한디자인이어서 좌우 구분도 되지 않는다. 음각과 양각으로 구분했더라면 변속 감각이 더 즐거울 것이다. 만약 패들 시프트를 장착했더라면 토클 스위치의 위치나 변속 레버 위치가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

말리부 디젤의 엔진은 미국 워즈오토가 선정한 2014년 10대 엔진에 선정된 유닛이다. 동급 배기량에서는 유일한 데다 몇 안 되는 디젤 엔진이다. 시승을 해보니 그 이유가 충분히 납득이 간다. 말리부는 기본적으로 하체 강성이 좋고 차체 밸런스가 뛰어난 차다. 여기에 디젤 엔진과의 궁합이 기대 이상이다.

표시 연비는 복합모드에서 13.3km/ℓ, 고속도로 15.7km/ℓ인데, 이번 시승에서는 14.8km/ℓ를 기록했다. 국도를 주로 달렸지만 급가속도 시도해봤기 때문에 주행여건에 비하면 좋은 연비다.

디젤 가격은 2703만원부터 시작해 2429만원부터인 가솔린 모델보다 약간 높다. 한 급 위인 LT 모델은 2920만원이고 여기에 풀 옵션을 갖추면 3380만원이 된다. 비슷한 성능을 갖춘 유럽산 디젤 중형차에 비해 1000만~2000만원 정도 낮은 가격이다. 이 정도면 값 대비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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